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53129 안전성은 의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등록됐다”며 백신 개발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러시아의 백신 개발이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며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백신은 모스코바에 있는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국방부와 함께 백신 개발을 추진해 왔다.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각각 38명씩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임상 시험이 지난달 중순 마무리됐다.
이날 푸틴은 자신의 딸 중 한 명도 백신을 두 차례 접종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접종받은 날 열이 38도까지 올랐지만 다음 날 37도로 떨어졌다”며 “백신 주사를 한 대 더 맞은 뒤 항체도 갖게 됐다”고 했다.
러시아 당국은 백신을 의료진과 교사 등 수백만명에게 우선 접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모두가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대량 생산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벡토르에서 개발 중인 백신도 곧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 백신은 6월 27일 임상 1상을 시작했다.
한편 WHO는 러시아의 백신 개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백신이든 다양한 임상 시험과 검사를 거쳐야 한다”며 러시아 백신에 대해 공식적인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만일 공식적인 어떤 것이 있다면 WHO 유럽 사무소에서 분명히 이것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의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러시아가 사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백신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러시아가 백신을 접종하기 전에 실제로는 검사를 하고 있기를 바란다”며 “사전 검사를 거치지 않고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러시아의 백신이 지금까지 적절 투여량을 측정하고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소규모의 임상 실험만 거쳤으며 백신의 개발자와 러시아군 50명, 소수의 지원자에게 접종됐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또 백신 개발자가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자기 실험’은 현대 과학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서방에선 통상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1~3차 임상 시험 뒤에야 공식 등록과 양산, 일반인 접종을 한다.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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