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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상일보] 코로나 시국 설 연휴 앞둔 요양병원 가보니, “창 너머 못가고 선 아들 보니 마음 아퍼”
조회수 362 등록날짜 2021-02-10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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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방역 조치를 강화하자 이른바 코로나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르신과 그들의 가족이다. 명절이면 면회객들이 줄을 잇던 요양병원은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 명절 마저도 생이별을 맞고 있다. 환자와 내방객 간의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 예년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9일 오후 울산 남구 달동길메리요양병원 앞. 명절을 앞두고 가족들이 찾아왔다. 체온측정과 방문기록을 마친 면회객들은 미리 준비한 음식 꾸러미를 병원 직원들에게 전달하곤, 반대쪽 문으로 향했다.

 

여느때 같으면 면회실에서 환자를 만나 그 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음식도 먹었겠지만 현재 이 모든 과정은 불가능하다. 음식은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유리문을 사이에 둔 비대면 면회를 통해 가족의 얼굴과 안부만 확인한 뒤 이내 돌아서야 한다.

 

입원환자 심영순(85)씨는 저 창을 사이에 두고 나는 로비 안쪽에, 아들은 밖에 앉아 이야기하지. 창이 두꺼우니깐 말도 잘 안들려. 면회 끝내고 일어나려고 해도 아들이 오랫동안 나를 보고만 있어. 안가고. 너무 마음이 아파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심씨에게 가장 간절한 것은 코로나 종식 이후 가족간의 오붓한 대화다. 그는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가족들이랑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면서 웃어보였다.

 

신금자(83)씨는 딸한텐 엄마 좋은데 있으니 걱정 말고 명절에 푹 쉬라고 했다.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마음만 함께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맞은편에 앉은 김운순(83)씨도 여기서도 방역 수칙 지키면서 코로나가 끝나길 기다리는데 간혹 집단감염 발생할 때 마다 화가 난다. 모두 잘 지켜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중공업 현장에서 근무했던 이정옥(66)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몸에 마비가 왔고, 현재 이곳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명절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너무 조용한 명절이라 아쉽다. 지금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들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거리를 마음껏 활보하고 싶다고 했다.

 

병원 한켠에서 마주한 석진경(67)씨의 표정은 유난히 어두웠다. 설이라고 하니 가족 생각이 더 애틋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여느때 같으면 형님댁에서 차례도 지내고, 가족들도 만날텐데 이게 무슨 명절인가 싶어 우울감이 커진다.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먼저 세상 떠난 아내의 제사도 못 지냈다. 딸아이 혼자 명절을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를 지켜보는 의료진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이지원 간호팀장은 유리문 사이로 비대면 면회를 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취재팀이 방문한 이 날은 그나마 로비에서 환자들을 위한 만두 빚기 행사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연 만들기, 윷놀이, 복주머니 접기와 같은 활동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평소 같으면 입원 환자 수십 명이 모여 함께 만두를 빚고 레크리에이션을 즐겼겠지만,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이마저도 소규모로 여러 회차에 나눠 진행됐다. 짧은 시간 이지만 그 순간 만큼은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난 듯 참가자들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윤미리 작업치료사는 환자들의 인지 향상, 손기능 증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환자들이 명절의 훈훈의 정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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